하느님 백성이 희망하는 은총의 때

사랑하는 춘천교구 하느님 백성 여러분! 사순 시기를 맞이하며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 그리고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이 사회에 주님의 보호와 은총을 간절하게 청합니다. 사순 시기는 “희망을 노래하며 우리 삶 안에 하느님께서 살아계시어 활동하시도록, 그분을 늘 환대하고 그분에게 자리를 내어 드리는 믿음의 때” 라고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이 회개의 때에 믿음을 새롭게하고, 희망의 샘물을 길어 올리며, 하느님의 사랑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겠습니다.

올해 사순 시기에는 “우리는 예루살렘으로 올라갑니다” (마태 20,18)라는 복음 말씀처럼 믿음과 희망, 사랑으로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르고, 이웃을 사랑하고 돌보는 여정에 함께해야 합니다. 희년의 주제인 ‘희망의 순례자(Pilgrims of Hope)’ 로서 어려운 세상에 희망의 징표가 되어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온유하고 친절한 마음으로 소외된 이들을 챙기고, 더 간절히 주님께 기도하고 진실된 마음으로 그분과 함께 할 때, 희망은 행복이 되어 우리 곁에 머물게 될 것입니다. 희망하는 사랑은 언제나 일상의 태도와 마음가짐 안에서 실현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세상 속 순례자인 우리들은 매일 수많은 불안과 걱정을 넘나들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날로 복잡해지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자주 한계를 경험합니다. 인간의 가능성과 생각과 신념은 앞으로 더욱 빈번하게 한계에 부딪힐 것입니다. 특히 급속한 과학 기술 발전의 산물인 인공지능(AI)이 도처에서 활용되는 현상을 접할 때마다 우리는 미래 사회에 대한 희망보다 불안과 두려움을 더 많이 느낍니다. 앞으로 인공지능은 우리의 가능성과 생각과 신념을 선한 의식으로 확장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찬미받으소서」 에서 기술 지배 패러다임의 위험을 경고했던 것처럼, 우리를 기계 문명에 종속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신앙인들은 이러한 한계를 인지하는 순간이 오히려 새로운 길을 위한 출발점이 되었던 경우를, 인류 역사와 성경을 통해 수없이 보아왔습니다. 신앙은 하느님과의 만남을 위한 우리 인간의 인격적인 응답이며, 신앙을 고백한다는 것은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 영원한 생명으로의 초대에 자유롭게 응답함을 의미합니다. 그렇기에 말씀살기에 기초한 신앙은 우리 그리스도인이 세상 속의 환난을 넘어서 희망을 품고 살아가도록 하는 구름기둥과 불기둥(탈출 13,21-21 참조)과 같습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몸소 보여주시고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를 향한 순례 여정은 행복한 여정입니다. 우리의 희망이신 예수님께서 십자가와 죽음을 통해 이 세상 속에서 걱정과 불안에 떨고 있는 우리를 구원하시어 굳건하게 지켜주실 것입니다.

또한 이번 사순 시기에도 어김없이 상기해야 할 것은 ‘찬미받으소서 여정’ 에 관한 것입니다. 심각한 기후 위기 시대에 생태적 회심으로 우리가 돌봐야 할 것은, 병들어 가고 있는 지구의 생명 공동체입니다. 죽음을 무릅쓰고 열심히 기도하고 선교하며 사랑을 실천했던 선조들처럼, 순교하는 마음으로 자연의 모든 피조물을 돌보는 일에 기꺼이 동참해야겠습니다. 실천은 거창한 외침과 이념 속에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이 커다란 희망의 불씨가 되어 세상 곳곳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입니다.

사랑하는 춘천교구 하느님 백성 여러분!! 오늘과는 다른 내일을 만들기 위해 위험을 감수합시다. 현존하는 하느님을 모시고 희망의 영적 여정에 도전합시다. 혼자가 아니라 각자의 신앙감각으로 함께 걸으며, 우리가 서로 관계로 묶여있는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하느님 백성 모두가 주님께서 주신 복된 희망의 샘에서 물을 길어 올려 힘을 얻고, 은총의 때를 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희망의 희년에 맞이하는 이 사순 시기에 주님 안에서 사랑과 평화를 이루어 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우리 함께 희망합시다.

춘천주교 김 주 영 시몬